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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걸음걸이 속도

by 仲林堂 김용헌 2020. 7. 8.

해는 서산에 기울고 바람은 간간히 부는 덥지 않은 여름 날씨다. 여러 사람이 다람쥐 체바퀴를 돌 듯이 서호 둘레길을 돈다. 나도 그 일원으로 내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로 가고 있다. 그럼에도 나를 앞지르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은 건강하여 잘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젊은 여자도 있고 중년의 여자도 나를 앞지른다. 지난 5-10년 전 나의 발걸음이 참 빨랐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앞질렀다. 그 때 기억을 생각해 본다. 

 

한 무리의 일행이 서호를 최고 속도로 돌았다.

발걸음은 서호저수지에서 미끄러지는 물새 무리와 같이 쓱쓱 잘 나간다.

앞잡이는 확성기를 메고 있었지

확성기에서 울리는 노래소리는 머리속으로 들어가 감성을 만들고 발로 내려가 흥에 발맞췄다.

나도 그 무리속으로 들어갔다.

그 때는 마음만 먹으면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지

나도 보통 사람은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시간은 흘렀다.

내가 낼 수 있는 속도는 중간도 못미친다.

척추협착증이 발걸음을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절인 발

땡기는 장단지와 허벅지

한 걸음 한 걸음이 신경을 울린다.

 

나도 이제 장애가 있지만 그래도 발걸음은 중단 없다.

나를 앞지르는 사람이 많지만

가끔은 나도 추월한다.

 

장단지가 아주 가는 젊은이가 겨우 걷는다. 

뚱뚱한 사람이 힘겹게 걷는다.

한 노인이 지팡이를 집고 겨우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어렵지만 그래도 더 잘 지탱하려고 걷는 사람들이다.

청춘은 지난 순간이다.

어느 누가 장차 지팡이 없이 걸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랴!

 

아침에 만원 전철을 타고 2호선 강변역까지 갔다 돌와 왔고

헬스에서 1시간 운동하고 그리고 서호를 이 정도 속도로 돌고 있다.

그래도 이 나이에 이 만큼이라면 감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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