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빠의 여행 가이드
옆지기가 점심 약속이 있다며 나가자
하빠는 22개월 짜리 손자 재훈이를 모시고
떠나는 당일 코스 여행은 출발한다.
안아줘!
이쪽으로!
여기, 딸기! 딸기!
냉장고 속에 감춰진 딸기
더 이상 숨지 못한다.
이거 줘! 과자! 과자!
또 먹어, 이따 먹어
안돼! 안돼!하지만
이내 과자 봉지는 열린다.
싱크대 수도 꼭지가 틀린다.
컴퓨터 자판은 마구 두드려 진다.
니들펜은 그림책을 지나 마루로 벽으로 간다.
신천지 여행은 이런 거라며
응아! 하자
욕실에서 바지는 벗겨지고 기저귀는 빼진다.
샤워기는 비데가 되고
내 손은 궁뎅이에서 물 놀이 한다.
밥 먹자! 말해보고
재훈이 밥 먹어! 명령도 해보고
한 숱갈만! 달래기도 하며
잘 먹지! 칭찬도 한다.
만화 보면서 눈꺼풀은 점점 아래로 내려 오면서
이번 여행은 막을 내리며
손님에 충실한 가이드 임무도 끝이다.
2014. 02.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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