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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비상 경보

by 仲林堂 김용헌 2013. 8. 3.

 

비상경보 김용헌

낫으로 싹둑 잘라 낸 고구마 새가지
꽂을대로 줄기 끝을 잡고 땅속으로 비스듬히 밀자
쑥 빨려 들어간다.

...
뿌리하나 없는 새가지
햇살이 내리 쪼이자
잎 새는 죽은 체 한다.

새가지는 비상경보를 발령 낸다.
응급조치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롭다.
잎은 증산작용을 중단하고
가지는 새순으로 올라가는 물길을 안간 힘을 써서 아래로 돌린다.

그 때 한줄기 빗방울 떨어지고
땅속으로 스며들고
갈증 나 애가 타던 뿌리 반가워한다.

그리고 하룻밤을 견디자
줄기 껍질은 트드득 터지더니
하얀 싹이 근질근질 돋아났다.

갓 태어난 뿌리는 이리 저리 뛴다.
양분과 물을 빨아드리고, 바로 잎으로 보낸다.

어휴! 살았다.
비상경보는 해제되고
고구마는 함박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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