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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중국(항조우, 황산)

중국 최고의 명산 황산 여행기

by 仲林堂 김용헌 2010. 1. 10.

황산(黃山)은 중국의 산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산이다. 황산을 보고나면 “오악(五嶽)도 눈에 차지 않는다”고 하니, 황산이 얼마나 대단한 했으면 그런 말이 나왔을 가? 또한 당나라 때 황제가 이곳에서 살았다고 하니 얼마나 좋은 곳이랴! 가 보고픈 곳이었다. 이번 중국 여행에서 가장 기대를 한 곳이 황산이었다. 요즘 장마철이라 비가 오지 않을 가 걱정을 많이 했으나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맑은 날씨라 참 다행이었다.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식사하고 버스에 탔다. 황산시내에서 고속도로로 1시간 달려 황산풍경구 입구에 도착하였다. 이 고속도로는 건설되기 2년 전에는 2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황산풍경구에 도착하자 우리가 타고 온 관광버스는 버스터미널에 주차시키고, 산악전용버스로 갈아탔다. 우리나라에서 설악산 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 갈 때 좁은 길이라 위험해 전용승합차로 갈아타는 것과 같았다. 우리 말고 다른 승객도 거의 없는데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한참을 기다린 후 버스에 탔다. 그 버스는 우리 일행 28명을 다 태우고 다른 손님 10여명을 더 태웠다. 등소평 아들이 이곳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전용버스회사를 독점 운영한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직도 중국은 우리를 따라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천지구를 지나면서 길은 가팔랐다. 급경사 도로를 지그재그로 한 참을 오른다. 귀는 먹먹해지고 시야는 넓어졌다. 좌측 편으로 바위봉우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암절벽이지만 설악산 정도로 감탄사는 나오지 않는다. 저 위에 오르면 얼마나 아름다울 가? 기대를 하면서 운곡사 케이블카 매표소까지 20뿐쯤 걸려 도착했다.

 

  오늘 우리일행의 산행코스는 운곡사-(케이블카)-백아령-광명정-비래석-배운루-서해대협곡-배운루-백아령-(케이블카)-운곡사이다. 최고의 코스로 알려진 온천지구-옥병루-연화봉 코스가 아니라 아쉬웠다. 우리 일행이 가는 코스는 케이블카에 오른 후에는 약간의 오르고 내리는 길로 걷기 힘들지 않아 몸이 좀 불편한 사람에게는 좋은 코스가 되나, 그렇지 않고 힘들더라도 고생을 하며 즐기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좋은 구경할 수 없는 코스가 된다. 옥병루에서 문수원에 가 보지 않고 황산을 보았다고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케이블카 없이 두 발로 옥병루 코스로 오르고 싶다. 

   

  산악전용버스터미널에서 여권과 비자 검사를 하더니, 케이블카 타는 곳에서도 다시 여권 검사를 했다. 입국할 때 여권검사를 했으면 그만이지 돈 쓰러 온 사람인데 검사하여 못 들어오게 할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에 여러 나라 관광을 다녀 봤지만 입국장이 아닌 곳에서 여권검사를 하는 것은 여기가 처음이다. 관리가 힘을 쓰려면 규제를 만들어 놓아야 단속거리가 있고, 그래야 생기는 것도 있어서 그렇겠지 생각이 들었다. 안내원에게 물으니 보험 가입자만 출입이 허용되기 때문에 검사를 한다고 한다. 내 생각으로는 보험을 들고 안 들고는 보험가입자의 선택이며, 의무사항이 아니다. 요즘 신종인풀렌자 발생이 있고 장마철이라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 안내원은 여기서 6시간 45분을 기다려 케이블카를 탄 경험이 있다고 한다. 탑승 요금은 230위엔(230x187=43,010원)이다. 한국 돈 4만3천원이니 꽤 비싼 요금이다. 매표소 입구 안내판에는 연화봉(蓮花峰) 미 개방, 천도봉(天都峰)은 개방, 천도봉은 개방, 단하봉(丹霞峰) 개방, 서해대협곡 개방이라고 써 있었다. 바로 입장을 하면 되나 안내원은 무슨 거래라도 하는 것인지 한 참을 기다린 후 입장 했다.

 

  드디어 09시 34분 케이블카에 탔다. 4명씩이 마주보고 탈 수 있는 8인승 케이블카이지만 6명이 탔다. 케이블카에 에어컨이 없어 좀 더웠다. 급경사를 오르면서 시야는 넓어졌으며 산봉우리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더운 기운이 사라지더니 시원한 바람이 들어 왔다. 에어컨 바람이 들어오나 했으나 고도가 높아지면서 차가운 바람이 들어온 것이다. 케이블카는 우리네를 편하게 땀방울 하나 흘리지 않고 09시 58분 백아령으로 올려놓았다. 케이블카에서 내리자 그 덥던 날씨는 어디론 가 사라지고 시원한 날씨다. 눈은 봉우리 하나하나가 인간이 도저히 딸아 올 수 없는 자연이 빗어낸 미술품을 보고 있다. 바위산에 소나무가 참 많다. 이렇게 자연인 빗은 미술 작품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으니 보고 있으니 어찌 그 맛을 알소냐? 만은 백아령에 올라 이쪽저쪽으로 보이는 산봉우리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 하나 없다. 정신없이 사진 촬영을 하고 다음 행선지인 광명정(光明頂)으로 행했다. 황산은 등산로는 전부 시멘트와 돌을 깎아 만든 계단이다. 흙 한번 안 밟고 오를 수 있는 산이다.

 

  그렇게 유명하다는 황산이라지만 오늘 산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좋다. 우리 일행과 간간히 만나는 중국관광객들이다. 잠시 후 청색 유니폼을 입은 TV에서만 보았던 가마꾼이 빈 가마를 들고 길 비키라며 앞서 나갔다.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고 바로 알아보고 “2만원”, “2만원”한다.

 

  한 30분 약간의 경사지를 걸은 후 “단층”이라고 새긴 관광 포인트를 만났다. UNESCO에서 GEOPARK이라고 쓰인 돌 간판이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 돌지도 간판 에는 한자, 영문, 그리고 우리 한글자로 써있다. 일본어는 없고, 한글이 영문과 한자와 함께 자리를 차지했으니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 왼쪽으로는 수백 길의 직각 절벽이 있고 오른 쪽으로는 뾰쪽한 봉우리가 있다.

 

  이번에는 한 무리의 짐꾼이 지난다. 그들은 냄새로 보아 석유를 운반하는 것 같았다. 지게꾼의 짐 나르는 것을 살펴 보니 기술이 기막혔다. 반쪽 대나무를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 왼쪽 어깨는 나무 받침대였다. 걸침 대나무에 나무받침대가 밑으로 들어가게 하여 나무받침대를 잡아당기면 반동이 생겨 한쪽 발은 위로 오르는 순간 한 계단을 올랐다. 무거운 짐을 지면서도 그들의 얼굴은 밝았다.

 

  백아령에서 첫 번째 목표지점인 광명정까지 약4km이다. 급경사는 없고 조금 오르다 다시 내려가는 길이라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봉우리 아래에는 청송(靑松)으로 푸르고 봉우리는 뾰쪽한 기암이고 산위에는 흰 구름이 떠 있다. 광명이란 밝게 비치는 전망이 좋은 곳이다. 앞에 우뚝 솟은 연화봉(1864m)과 천도봉(1810m)이 보였다. 오늘 광명정 전망은 홀딱 벗어버려 있는 모습이다. 수많은 시인 묵객이 황산을 칭송한 것은 황산에는 첫째 운무가 있기 때문이다. 황산은 구름바다 위에 떠 있는 산이라고 했다. 북해가 있고 서해 대협곡이 있으며, 동해 그리고 남쪽은 천해(天海)가 있다. 남쪽을 남해라고 부르지 않고 천해라고 하는 것이 아마 하늘이 빗은 최고의 바다라는 뜻이라고 생각해 본다. 천해에는 황산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옥병루와 연화봉이 있다. 오늘의 황산에는 운무는 하나도 없으니 어찌 날씨가 좋은 날이 좋은 게 아니다. 황산은 사절(四絶)이 있다고 한다. 사절의 絶이란 절색 미인이라고 하듯이 기막힌 것이란 뜻이다. 雲海(구름바다), 奇松(기묘한 소나무), 奇岩(기묘한 바위), 溫泉(온천)이라고 했다. 4절 중에서 첫째인 운해는 없고 둘째 소나무는 푸른 옷을 입고 있었다. 셋째가 기암도, 넷째가 온천은 있다. 

 

  광명정에는 중국 가이드가 큰 소리로 설명하는 소리가 우리들에게는 참 시끄럽다. 중국사람들 가뜩이 나 목소리가 큰데, 마이크로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큰 소리이다. 나와 덕수 친구는 이들로부터 자리를 피해 좀 떨어져 사진 한 컷 찍었다. 광명정 기상관측 전광판에는 오늘의 기온이 17-22℃라고 쓰여 있다. 상해와 황산은 38-39℃로 찌는 여름인데 여기는 시원한 가을 날씨이다. 호텔에서 아침에 싸가지고 온 군 고구마 하나 꺼내 둘이서 나눠 맛 있게 먹고, 광명정에서 파는 오이 하나씩 먹고는 다음 행선지인 배운루로 행했다.

 

   같이 가는 우리 일행 중 산악회에서 온 사람들에게 “나는 금강산을 못 가봐 모르지만 금강산에 비하면 좀 떨어지는 게 아니냐고 묻자 ”무슨 금강산이냐며, 설악산에도 못 미치며, 자기들은 북한산만도 못한 것 같다며 이야기 하고 있다고  말한다. 광명정에서 1km쯤 지나 깎아지른 절벽이 있고 그 앞에 바위 봉우리 하나가 있는 그림 같은 지리 포인트인 석천석공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서울에서 온 등산객의 그 말을 무색케라도 하는 듯 석천석공이 체면을 세우는 듯했다. 그래도 아름다운 우리 금수강산에 비하면 아직도 양이 차지 않았다.

 

  다시 코리아의 금강산만 못할 소냐며 뽐내는 황산의 아름다운 비경 “비래석”이 나타났다. 비래석이란 하늘로 날아가는 돌이란 뜻으로 참으로 묘하게 세로로 생긴 큰 돌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려는 모양이다. 십여 미터 크기의 돌 하나로 설악산의 울산바위에 비교 하랴!할 수도 있다. 배운대에 도착하니 아래는 수 백길 낭떠러지기이며, 사방으로 봉우리들이 솟아 있다. 철조망에 수백 개의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중국 사람들은 연인들이 이곳에 와서 자물통을 철조망에 채우고 열쇠를 절벽 아래로 던지면서, 다시 열쇠를 주워 자물쇠를 열 수없으니 “헤어지지 않는다.”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고 한다.

 

  오늘 황산 중에서 최고의 경치인 서해대협곡이다. 배운대에서 서쪽으로 난 등산로는 절벽에 붙어 있다. 고소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낭떠러지기다. 황산의 등산로는 13년 걸려 완성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이 오늘 찾은 곳은 등산로가 개척된 극히 일부이다. 등산로의 난간이 바위와 잘 어울려 져 있다. 우리도 이런 가짜 만드는 것은 배워야 할 것 같다. 이제 아름다운 대 자연의 미술품도 너무 많이 보았다. 놀라움도 여러 차례라 지치고, 눈도 아름다움에 마취가 되더니 좋은 것도 이제는 그게 그게로 보였다. 서해에도 구름은 하나 없고 깊은 골짜기만 있었다. 나는 남들보다 한 발자국이라도 멀리 가 보겠다며 발걸음을 서둘러 갔다 가 돌아 왔다. 서해대협곡을 전부 보려면 4km 이상을 가야 하지만 촉박한 시간 때문에 1km도 못 가 발길을 돌렸다.

 

  다시 배운대로 돌아 갔다. 배운대 간이매점에서 장사꾼은 황산 지도를 가리키며 “천원”한다. 지도 한 장 사 펼쳐 보니 인쇄를 잘 하면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운대에서 북해까지 2-3km이다. 북해로 오는  도중에 단결송(團結松)을 만났다. 이 소나무는 높이가 14.5m이고 아래는 하나의 뿌리에서 2개의 줄기가 나오고 위쪽에 56개의 가지가 뻗어 나 있다. 강택민이 2001년 5월 이 나무를 보고, 2개의 가지는 한족과 소수민족을 뜻하며, 56개의 가지는 56개 소수민족과 같다며, 한족과 소수민족이 단결하자며, 단결송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북해를 조금 못가 검은 호랑이 같다는 흑호송을 만났다.

 

  북해에 도착하니 자신감으로 차 서 있는 등소평의 큰 입간판이 있었다. 그 당시 이곳에는 케이블카도 없었을 것이고,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곳까지 오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대단한 노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979년 등소평이 황산을 방문한 후 황산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북해에서 케이블카 승강장까지는 2km이다. 내리막보다 오르막이 많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운곡사에 도착하니 14시18분이다.

 

  다시 등산버스전용버스 터미널로 가서 우리 관관버스로 갈아타고 점심 식사하러 식당으로 갔다. 황산풍광특구에도 한국인 상대 식당이 한 둘이 아닌 듯하다. 한식당에서 좋은 음식은 아니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한식을 참 맛 있게 먹었다. 다음 관광지는 비취계곡이다. 이 계곡은 황산풍경구의 동쪽 계곡으로 황산 중심지에서 차로 약 30분쯤 달려 비취계곡의 입구에 도착하였다. 이 계곡은 와호장용의 촬영지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골짜기에서 비취와 같은 파란 물이 있는 계곡이란 이름에 기대를 많이 했으나 골짜기가 깊지 않고 비가 오고나면 물을 품지 못하고 바로 흘러내리는 돌산이라서 수량(水量)이 많지 않은 곳이었다. 비취계곡은 호기심을 끄는 좋은 이름이며, 명성은 있지만 포항 인근 보경사에서 오르는 내연산 계곡이나 오대산 소금강계곡만 못 했다.

 

  황산은 예부터 시인 묵객으로부터 중국 최고의 산으로 알아주는 산이지만 우리가 방문한 날은 불행이도 운무가 없었다. 운무가 빠진 황산이라서 기대만은 못 미쳤고, 옥병류 문수원도 못 보고 황산을 보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나는 황산에 취하였고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그림을 싫도록 보았다. 중국인 가장 가 보고 싶은 황산, 중국의 13억 인구 중에서 0.2%만이 황산을 방문했다고 한다. 그렇게들 가보고 싶은 황산을 가 본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2009.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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