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든다.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그러면 일은 엄두도 못내고 시간만 보내기 일 수다. 마을마다 아파트마다 경로당이 있어 노인들이 모인다. 노인들이 갈 곳이 없어 경로당에 가는 것이지 할 일이 있어 경로당에 가는 것은 아니다. 실제 경로당에서 할 일은 거의 없다. 경로당에서 그나마 하는 일 중 하나가 화투치기다.
돈 버는 부업 같은 노동을 할 수 없고 운동이나 노래하기 등도 할 수 있지만 제한된 시간뿐이다. 그나마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화투치기가 아닐 가? 화투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화투칠 수 있는 노인이라면 아무 일도 못하는 분보다 훨씬 낫다. 경로당에 와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어제는 내가 사는 아파트 경로당에서 관리자로부터 텃밭 농사를 허락(?) 받았다. 지난 해까지 개인적으로 경로당 할머니들이 아파트 모퉁이 노는 땅에 텃밭 농사를 했다. 그런데 올해 초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아파트 내에서 경작 금지를 결의했다. 이에 경로당 할머니들이 "경로당에서는 공동 취사를 허용하고 있다며 밥 해먹음며 상추 같은 채소도 못 심게 하냐"라고 사정하여 다시 텃밭농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경로당 할머니들의 텃밭 농사를 적극 도와주기로 하고, 어제 밭 두덕을 만들었다. 면적이 생각보다 컷다. 길이가 5m의 세 줄(두덕)나왔고, 2.5m 두덕이 하나 나왔다. 두덕을 삽으로 파서 땅을 부드럽게 하고, 그 위에 복합비료를 살포하고, 5천원 주고 구입한 퇴비 1포를 밑 거름으로 넣었다. 그리고 비닐 피복하고 나서 한 두덕에 고추 22주를 심었다. 고추 심기 전에 구멍을 뚫고 물을 주고, 심고나서 다시 물을 줬다. 비닐이 부족하여 더 이상 작업이 안되었다.
오늘 새벽 5시에 입북동 농장에서 비닐을 가지고 와서 피복하지 못한 나머니 두덕을 피복하고, 한 두덕에는 깻잎 모종을 심었고, 또 한 두덕에는 토마토 모종 6주를 심었다. 추가로 심지 않은 두덕에 상추, 오이, 참외 모종을 심으면 좋을 것 같다.
밭을 만들고 심는 작업은 할머니들이 할 수 없어 내가 대신했지만 앞으로 물주고, 제초하고, 수확하는 일은 할머니들이 몫이다. 앞으로 이번에 심은 농작물을 잘 살려 내고, 잘 키워 많은 수확물을 거두는 일이 남았다.
어제 작업하는 중 텃밭 옆에 있는 유치원 어린이가 아버지와 함께 나와 우리들의 작업을 구경했다. 어린이들에게도 텃밭 농사는 하나의 구경거리며, 공부가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텃밭 농사는 경로당 할머니들에게 하나의 보람 있는 일거리다. 할머니들에게 일거리를 만들어 준 나 또한 보람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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