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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현대아파트 경로당

할머니들의 텃밭 농사

by 仲林堂 김용헌 2023. 5. 20.

비닐피복한 경로당 텃밭 전경이다.
우측 두덕은 롱그린이란 아삭이 고추이다.
어제 심은 고추 모종이다.
오늘 심은 들깨 모종이다.
오늘 이식한 토마토 모종이다.

나이가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든다.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그러면 일은 엄두도 못내고 시간만 보내기 일 수다. 마을마다 아파트마다 경로당이 있어 노인들이 모인다. 노인들이 갈 곳이 없어 경로당에 가는 것이지 할 일이 있어 경로당에 가는 것은 아니다. 실제 경로당에서 할 일은 거의 없다. 경로당에서 그나마 하는 일 중 하나가 화투치기다. 

 

돈 버는 부업 같은 노동을 할 수 없고 운동이나 노래하기 등도 할 수 있지만 제한된 시간뿐이다. 그나마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화투치기가 아닐 가? 화투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화투칠 수 있는 노인이라면 아무 일도 못하는 분보다 훨씬 낫다. 경로당에 와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어제는 내가 사는 아파트 경로당에서 관리자로부터 텃밭 농사를 허락(?) 받았다. 지난 해까지 개인적으로 경로당 할머니들이 아파트 모퉁이 노는 땅에 텃밭 농사를 했다. 그런데 올해 초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아파트 내에서 경작 금지를 결의했다. 이에 경로당 할머니들이 "경로당에서는 공동 취사를 허용하고 있다며 밥 해먹음며 상추 같은 채소도 못 심게 하냐"라고 사정하여 다시 텃밭농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경로당 할머니들의 텃밭 농사를 적극 도와주기로 하고, 어제 밭 두덕을 만들었다. 면적이 생각보다 컷다. 길이가 5m의 세 줄(두덕)나왔고, 2.5m 두덕이 하나 나왔다. 두덕을 삽으로 파서 땅을 부드럽게 하고, 그 위에 복합비료를 살포하고, 5천원 주고 구입한 퇴비 1포를 밑 거름으로 넣었다. 그리고 비닐 피복하고 나서 한 두덕에 고추 22주를 심었다. 고추 심기 전에 구멍을 뚫고 물을 주고, 심고나서 다시 물을 줬다. 비닐이 부족하여 더 이상 작업이 안되었다.

 

오늘 새벽 5시에 입북동 농장에서 비닐을 가지고 와서 피복하지 못한 나머니 두덕을 피복하고, 한 두덕에는 깻잎 모종을 심었고, 또 한 두덕에는 토마토 모종 6주를 심었다. 추가로 심지 않은 두덕에 상추, 오이, 참외 모종을 심으면 좋을 것 같다.

 

밭을 만들고 심는 작업은 할머니들이 할 수 없어 내가 대신했지만 앞으로 물주고, 제초하고, 수확하는 일은 할머니들이 몫이다. 앞으로 이번에 심은 농작물을 잘 살려 내고, 잘 키워 많은 수확물을 거두는 일이 남았다.

 

어제 작업하는 중 텃밭 옆에 있는 유치원 어린이가 아버지와 함께 나와 우리들의 작업을 구경했다. 어린이들에게도 텃밭 농사는 하나의 구경거리며, 공부가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텃밭 농사는 경로당 할머니들에게 하나의 보람 있는 일거리다. 할머니들에게 일거리를 만들어 준 나 또한 보람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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