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흐른다고 한다고 하지만 세월이란 시간은 변함이 없이 그대로 있고, 시간과 함께 하는 세상의 모든 것은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고 변화되고 있다. 세상에 변화가 없는 것은 하나 없다고도 볼 수 있다. 그 변화 중에 가장 눈에 띠는 것이 일년에 한번씩 철새가 찾아오고 떠나가는 것일 것이다. 겨울 철새를 보며 또 한 살 더 먹는 가! '막을 수 없는 세월의 한'을 느끼게 한다.
어제 축만제(축만제) 둘레길을 돌면서 수백마리의 철새를 보았다. 그저께까지만 해도 없었다. 철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축만제 둘레길을 돌면서 이들 철새에 대한 생각에 잠겨 본다. 저 새들은 지저귀는 소리가 그들 사이의 대화일가? 아마 그렇다면 이들의 대화란 수천키로를 무사히 비행하여 이곳 축만제까지 성공적인 도착을 서로 격려하거나 비행에서 있었던 무용담을 나누고 있는 것일가? 상상해 본다.
또 사람들과 이들과 비교해 본다. 우리는 단지 몇 미터도 날 수 없는데 이들은 수천키로를 날 수 있으니 인간이 없는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돈도 필요 없을 것이고, 옷도 필요 없다. 그러니 욕심도 비울 수 있을 것 같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칭하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들도 인간이 없는 이런 능력이 있다. 그들의 존엄도 인정하고 지구촌의 한 가족이라고 보며 상생함이 하늘의 이치가 아닐 가 생각해 본다. 우리도 이 지구라는 행성에 잠깐 소풍 나왔으며, 그들도 역시 소풍 나온 것일 뿐이다. 서로 천운이 맞아 잠시 만난 것이다.
요즘 누구 한 사람 저 물 위에 떠서 노니는 철새를 잡아먹으려 하거나 해코지 하는 사람이 없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내가 어릴 적에는 사냥이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 때는 약육강식의 야생 법칙만 있었는데 지금은 너도 살고 나도 살자하니 세상이 풍족해서 그럴 가? 이제는 서호공원에 팔뚝만한 잉어도 수천마리 물 위에 떠 있는 철새를 잡는 게 아니라 보는 흥미에 만족해 한다. 좋은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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