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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향교

정조대왕이 은전을 내린 수원 향교

by 仲林堂 김용헌 2020. 12. 8.

수원향교 대성전 설경이다.

수원향교(전교 송중섭)는 고려 충렬왕 17(1291) 당시 수원읍인 화성시 봉담읍 와우리 일대에서 창건하여 그 자리에서 498년 동안 보존됐으나 정조대왕의 생부인 사도세자의 능을 양주 배봉산에서 화산(花山)으로 천장(遷葬) 하기 위하여 수원읍지(水原邑地)를 팔달산 동남쪽 화성(華城) 사대문 안으로 옮기면서 수원향교도 1789913일 현재의 위치인 수원시 팔달구 교동 43번지로 옮겨 세웠다. 이때 수원읍지 건설에 총 258.5칸 건물이 세워졌으며 그 중 행궁이 27칸이고 향교가 71칸으로 향교 건물이 행궁 건물보다 2배가 넘는 규모다. 건물 규모만으로 볼 때 향교의 위상이 얼마나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수원은 1949815일 읍에서 시로 승격되었다. 그때 인구 5만 명의 소도시에서 지금은 125만 명의 대도시로 성장했다. 수원향교는 1789년 이후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있었지만 향교 주변은 날로 번성하여 향교는 왜소 해지고 있는 것만 같다. 수원향교는 수원역에서 걸어서도 갈 수 있는 지척의 거리라지만 수원역에서 수원향교 찾기가 쉽지는 않다. 수원역에서 팔달문 방향 버스를 타고 3번째 정류장인 "향교, 팔달보건소, 중앙침례교회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길 건너 팔달보건소 뒤편으로 찾아가면 되지만 향교가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 물어서 찾기도 어렵다. 이렇게 수원향교는 시민들에게 잊혀 가고 있다. 이렇듯 향교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뿐만이니라 향교가 무엇 하는 곳인가? 도 또한 잘 모르고 있다.

 

수원향교는 다른 향교와 같이 공자를 비롯한 성현(聖賢)에게 제례(祭禮)를 봉행하는 곳이며 그분들의 훌륭한 가르침을 교육하는 곳으로 조선 시대에는 중등 교육기관으로 역할을 해왔었다. 근래에는 제례 봉행은 변함없이 이어오고 다만 교육사업은 근대 교육기관이 만들어지면서 일반 교육은 학교에서 일임하여 맡아 하고 있으며, 향교에서는 성현의 가르침을 본받자며 도덕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여기서 수원향교 속으로 들어가서 자세히 살펴본다. 제례와 교육사업을 다른 향교처럼 하고 있지만, 아래와 같이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고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남다른 고유성을 찾아 볼 수 있다.

 

첫째, 수원향교는 정조대왕의 직접 오셔 은전을 베푸신 향교이다. 정조 임금께서 1795117일 현릉원 참배하고 귀 행 길에 수원향교에서 봉심하고 유생이 얼마나 되는지 묻기도 했다. 그 해 윤 211일 묘시에 원행을묘행차 때 다시 오셔 대성전에 알성(謁聖) 전배(展拜)하였다. 예를 마친 후 어명을 내려 알성례에 집사로 참례한 유생들에게 과거에 응시하라는 특전을 내리셨고, 경전(經典), 노비(奴婢), 전결(田結)을 하사했다. 또한, 대성전을 비롯한 건물이 화산에서 이건 할 때 헌 목재를 사용하고 지반을 잘 다지지 못했다며 퇴락한 건물을 신축하도록 지시했다. 그래서 대지를 확장하고 명륜당을 제외한 대성전, 동무, 서무, 동재, 서재, 내삼문, 외삼문, 담장 등을 그해 89일 새로 지어 준공했다. 대성전은 7개의 대들보에 정면 5, 측면 4칸 규모로 화성행궁의 중심건물인 봉수당보다 크고 장중하다. 수원향교와 위와 같이 왕이 직접 친임하여 건물을 새로 짓도록 은전을 준 향교로써 큰 자랑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그 자세한 내용은 원행을묘정리의궤(園行乙卯整理儀軌에 설명과 함께 화성성묘전배도(華城聖廟展拜圖)에 나와 있다.

 

둘째, 수원향교에는 공자의 출신지인 중국 제남시(濟南市)로부터 기증받은 공자 성상(孔子聖像)이 있다. 이 상()은 중국 제남시가 수원시와 자매도시를 지정하여 10주년을 기념하고 우호증진을 위하여 20031012일 기증한 것으로 수원향교 명륜당 앞뜰에 세워져 있다.

 

셋째, 정조대왕께서 은전을 베푸신 향교로서 정조 임금의 효() 정신을 받들며 도덕 교육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시민을 대상으로 1990년 명륜대학에 유학반(80)을 개설하여 논어, 대학, 중용, 생활예절 등 유학을 가르치고, 1994년부터는 명륜대학 부설 학원으로 한문반(80), 서예반(40), 한시반(40), 다도반(20), 경전반(80)을 운영하고 있다. 수강생 수에서 전국 향교 중 최고며, 강의 시 설도 유림회관에 150석 회의실과 사무처 건물에 80석의 최고 시설의 강의실도 갖추고 있다.

 

넷째, 56년 전통의 한시백일장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 수원향교는 1964년부터 매년 10월 화성문화제 기간에 한시백일장을 개최하여 일찍부터 전통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 한시대회는 정조대왕께서 1795년 윤 211일 진시에 임어(臨御) 하신 가운데 화성 낙남헌에서 치른 문무과 시험 중 문과 시험을 재현하기 위한 행사로 치러지고 있다. 그때 과거시험은 정리의궤(整理儀軌) 방방도(放榜圖)에 나와 있다.

 

수원향교는 위와 같이 정조대왕이 친임하셔 전배하고 하명에 의해 새로 지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향교로 자긍심을 가지고 있으며 경기도를 대표하는 향교이다. 현재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나 송중섭 전교와 70명의 장의가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자세로 도덕 교육에 어느 향교보다 앞서 나가고 있으며 한시백일장 개최 등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문화 계승에도 힘쓰고 있다.

 

 

 

공자상(孔子像)

 

공기2566년(서기 2015년) 추기석전 봉행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전국한시백일장이 낙남헌에서 열리고 있다.

 

명륜대학 수료식이 거행되고 있다.
정조대왕이 수원향교에 오셨을 때 모습을 그림으로 그린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있는 화성성묘전배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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