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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박목월의 시 "나그네"의 원조는?

by 仲林堂 김용헌 2015. 7. 3.

박목월의 대표 시라고 할 수 있는 나그네는 그의 친구 조지훈이 지어 보낸 시 완화삼(花衫)”에 대한 답시(答詩)로 여러 곳이 친구 시 완화삼을 차용했다. 박목월은 자신의 대표 시가 친구의 시에서 따온 것이 많아 평생 부담스러워 했다. 조지훈의 완화삼은 또 자신이 지은 한시 旅懷에서 많은 부분을 따 왔다. “旅懷도 확실치 않으나 옛 한시 明月隋人同渡水 白雲送客獨歸山와 닮은 곳이 많다.

 

좋은 집을 한 번에 만들기 어렵다. 벽돌 한 장 한 장이 쌓아 집이 되듯 좋은 벽돌을 모으고 갈고 닦아 하나하나 쌓아 가면 나중에 훌륭한 집을 질 수 있게 된다. 훌륭한 시도 좋은 시어(詩語)를 찾고 자신의 아이디어로 삼아 쌓아 가면 좋은 시를 창작할 수 있지 않나 박목월 시 나그네를 보면서 느낀다. 한시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旅懷가 나오고, “旅懷를 기반으로 완화삼이 탄생하고, “완화삼으로부터 명시 나그네가 탄생했다고 생각 해 본다. “나그네의 원조는 한시라고 할 수 있다. 한시는 시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다른 사람의 시를 베낀다고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모방을 넘어 서야 할 것이다.

 

旅懷 조지훈

 

千里春光燕子歸 천리 봄빛에 제비 돌아오고

雲心水性動柴扉 구름 마음 물 성품에 사립문 움직인다 : 삽짝 비

苔封路石寒山雨 이끼 돋은 돌길에 찬 산비 내리고 : 이끼 태, :북돋우다

酒熟江村暖夕暈 술 익는 마을에 따듯한 석양 놀 : 무리 훈 (햇무리)

 

客窓殘燭思今古 여관 촛불 밑에서 어제 오늘 생각하네.

故國遺墟論是非 옛 나라 성터에서 시비를 논하니

多恨多情仍爲病 다정다한은 병이 되어 : 인할 잉

惜花愛月拂征衣 꽃을 아끼고 달을 사랑해 옷 떨치고 가네 : 떨 불, 떨치고 가다.

 

 

 

완화삼(玩花衫) 木月에게

조지훈

 

차운 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우름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 백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이냥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나그네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

芝薰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 백리

 

술 익는 마을 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조지훈은 3련에서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라 했다. 이 말은 한문으로 玩花衫이다. ()가지고 놀다”, ()는 꽃이고, ()은 옷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아름다운 꽃 같은 그대와 인연이 되어 이 밤 자면 꽃은 지리라우리네 인생도

꽃은 진다며 가는 세월을 아쉬워한다.

 

피천득은 다음과 같이 인연을 이야기했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 낸다

 

明月隋人同渡水

밝은 달은 사람을 따라서 같이 물을 건너고

白雲送客獨歸山

흰구름은 나그네를 보내고 홀로 산으로 돌아가네.

 

밝은 달 아래 나그네가 물을 건널 때 물 속에 비춘 달은 나그네를 따라가는 듯하고

물속에 흰구름이 있고 나그네가 걸어가면 흰구름이 나그네를 보내는 듯하고 구름이 산 위에 걸치니 흰구름이 산으로 돌아가는 듯한 자연의 모습을 표현하였다.

 

이 시에서 달이 있고, 구름에 흘러가는 물길도 물속에 비춘 달의 모습이다. 조지훈이 이 시에서 힌트를 얻어 원화삼이란 시를 지었는지 모르지만 明月隋人同渡水 白雲送客獨歸山에는 , 구름, , 나그네, 간다가 조지훈의 완와삼과 박목월의 나그네에도 있어 그럴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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